재료공학 전공 공부법

내가 참여한 논문 리뷰 4편 — 슈퍼 스테인리스강, 용접하면 왜 부식이 생길까

철강이 2026. 7. 14. 15:17

안녕하세요. 오늘은 제가 1저자로 참여한 네 번째 논문 리뷰입니다. Corrosion Science and Technology 2021년 20권에 게재된 논문으로 제목은 "소둔 및 용접후열처리가 슈퍼 오스테나이트계 스테인리스강의 부식거동에 미치는 영향"입니다.

지금까지 CO₂ 부식, 해수 부식-마모, 수소취성을 다룬 논문들을 소개했는데, 이번에는 조금 다른 소재인 슈퍼 오스테나이트계 스테인리스강을 다룹니다. 이 강재는 선박 스크러버, 해양 플랜트, 발전소 설비처럼 극도로 가혹한 부식 환경에 사용되는 고합금 스테인리스강입니다. 연구의 핵심은 "이렇게 뛰어난 강재도 용접을 하면 왜 부식이 생기는가" 입니다.


이 연구를 했나 — 연구 배경

슈퍼 오스테나이트계 스테인리스강이란

일반 스테인리스강(SUS304 등)은 Cr 약 18%, Ni 약 8%를 함유합니다. 슈퍼 오스테나이트계 스테인리스강(SASS)은 여기에 Mo, N까지 고합금화한 소재입니다.

연구에서 사용한 소재(UNS S31254)의 주요 성분은 다음과 같습니다.

Cr: 19.5~20.5%
Ni: 17.5~18.5%
Mo: 6~7%
N: 0.18~0.22%

내식성 지표인 PREN(공식저항 당량지수)이 40 이상으로 매우 높아 해수, 산성 환경에서도 우수한 내식성을 발휘합니다.

PREN이란?

PREN = Cr% + 3.3×Mo% + 30×N%

숫자가 높을수록 공식(pitting corrosion, 구멍이 뚫리는 부식)에 강합니다. Mo와 N이 특히 큰 기여를 합니다.

그런데 문제가 있다 — 시그마상 석출

Cr과 Mo 함량이 높으면 열처리 과정에서 시그마상(σ phase)이라는 이차 석출물이 생깁니다. 시그마상은 Cr과 Mo가 농축된 상(phase)인데, 시그마상이 석출되면 주변 기지(matrix)에서 Cr과 Mo가 고갈됩니다.

시그마상 석출 → 주변 Cr, Mo 고갈
→ 주변 기지의 PREN 급감
→ 공식 발생 취약점 형성

재 자체는 내식성이 뛰어나지만 시그마상 주변은 내식성이 크게 떨어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생깁니다.

용접이 또 다른 문제를 만든다

SASS를 실제 구조물로 제작할 때는 용접이 필수입니다. 용접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이 미혼합영역(UMZ, Unmixed Zone)이라는 특수한 영역을 만들어내는데, 이 영역에서 시그마상이 집중적으로 석출될 수 있습니다.

이 연구는 두 가지 핵심 질문에 답하고자 했습니다.

질문 1: 소둔 온도를 높이면 시그마상을 줄여
        내식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가?

질문 2: 고내식 용접재료(Alloy 625)를 써도
        용접부 부식 문제가 해결되는가?
        그리고 용접후열처리(PWHT)가 해결책이 될 수 있는가?

어떤 실험을 했나 — 실험 방법

소재와 용접 조건

모재: SASS UNS S31254
용접재료: Alloy 625 (Ni 기반 고합금)
용접 방법: GTAW (가스 텅스텐 아크 용접) 3패스
용접후열처리: 1050~1150°C, 약 10분, 수냉

Alloy 625는 Mo를 8~10% 함유한 고합금 Ni계 용접재료로 내식성이 매우 뛰어납니다. 일부러 고내식 용접재료를 선택했는데 과연 효과가 있었을지가 이 연구의 핵심입니다.

부식 시험 방법

✓ 동전위 분극실험 — 부동태 거동, 공식 전위 측정
  (6wt% FeCl₃ + 1wt% HCl, 상온)
  (0.5N HCl + 1N NaCl, 50°C)

✓ 임계공식온도(CPT) 측정
  — 온도를 올리며 공식이 발생하는 온도 측정
  — 높을수록 공식 저항성 우수

✓ 침지 공식 실험
  — ASTM G48-C 용액에서 60°C, 72시간 침지
  — 공식 발생 부위 관찰

무엇을 발견했나 — 핵심 결과

결과 1 — 소둔 온도 효과

고온 소둔 > 저온 소둔 (모재 내식성)

예상대로 고온 소둔처리 시편이 저온 소둔 대비 조직 내 시그마상 분율이 현저히 낮았습니다. 동전위 분극 실험에서도 고온 소둔 시편의 부동태 구간 내 양극 전류밀도가 낮아 부동태 피막 안정성이 더 높았습니다.

결론 1: 고온 소둔으로 시그마상 분율 감소
        → 모재 내식성 향상 ✅

결과 2 — 용접 후 충격적인 발견

소둔 온도에 관계없이 용접부 계면에서 심각한 부식 발생

고내식 Alloy 625 용접재료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침지 실험 결과 용접부/모재 계면 영역인 미혼합영역(UMZ) 표면에서 집중적인 국부 부식이 발생했습니다. 더 놀라운 점은 소둔 온도에 관계없이 두 시편 모두 동일한 위치에서 부식이 발생했다는 것입니다.

결론 2: 소둔 온도 제어로 모재 내식성은 향상되지만
        용접부 부식 문제는 해결되지 않음 ⚠️

왜 미혼합영역에서 부식이 발생했을까?

미혼합영역은 모재와 용접재료가 완전히 섞이지 않고 경계를 이루는 영역입니다. 이 영역의 특성을 EDS 분석으로 확인한 결과 핵심 원인을 찾았습니다.

미혼합영역 특성:
✓ 모재로부터 Fe 성분 확산
✓ 용접부로부터 Ni 성분 확산
✓ Mo 성분은 국부적 편차가 매우 큼
✓ 일부 영역은 Mo가 매우 높게 농축

Mo가 고농축된 영역에서 크기 1~2μm 수준의 매우 미세한 시그마상이 집중적으로 석출됩니다. 이 미세 시그마상 주변에서 Mo 고갈이 일어나고 바로 이 Mo 고갈 영역이 공식의 개시점이 됩니다.

미혼합영역의 시그마상이 모재부보다 더 위험한 이유

PREN 비교 분석으로 이를 정량적으로 확인했습니다.

미혼합영역 시그마상 PREN >> 모재부 시그마상 PREN

(Mo 농축도가 훨씬 높기 때문)

결과: 시그마상과 인근 기지 간 PREN 차이가
      미혼합영역에서 훨씬 크게 나타남
→ 국부 갈바닉 부식 구동력 훨씬 강함
→ 모재부보다 미혼합영역에서 먼저 부식 시작

왜 고내식 Alloy 625를 써도 문제가 생겼나

Alloy 625는 Mo를 8~10% 함유해 모재(Mo 6~7%)보다 오히려 Mo 함량이 높습니다. 용접 시 입열에 의해 Alloy 625의 높은 Mo 성분이 미혼합영역으로 확산되면서 오히려 Mo 농축을 더욱 심화시켰습니다.

Alloy 625 (Mo 8~10%) → 미혼합영역으로 Mo 확산
→ 미혼합영역 Mo 농축 심화
→ 시그마상 석출 구동력 증가
→ 부식 더 심해짐

역설적으로 더 좋은 내식성의 용접재료를 쓴 것이 오히려 미혼합영역의 부식을 악화시킨 셈입니다.


결과 3 — 용접후열처리(PWHT)가 해결책

PWHT 후 미혼합영역 시그마상 분율 크게 감소

용접후열처리를 수행한 결과 미혼합영역에 집중적으로 분포했던 미세 시그마상들이 대부분 제거되었습니다. 이에 따른 부식 거동 개선도 확연했습니다.

PWHT 전: 임계공식온도(CPT) 약 62°C
PWHT 후: 측정 범위(~95°C) 내 공식 발생 없음
          → CPT 크게 향상

동전위 분극 실험에서도 PWHT 후 부동태 구간 양극 전류밀도가 크게 감소해 부동태 피막 안정성이 향상됨을 확인했습니다.


이 연구의 핵심 메시지

세 가지 핵심 결론:

① 고온 소둔은 모재의 내식성 향상에 효과적
   But 용접부 문제는 해결 못함

② 고내식 용접재료(Alloy 625) 사용만으로는 부족
   오히려 Mo 차이로 미혼합영역 시그마상 악화 가능

③ 용접후열처리(PWHT)가 핵심 해결책
   미혼합영역 시그마상 제거 → 내식성 크게 향상

실용적 시사점:

SASS 용접 시 최적 전략:

1. 용접재료: 모재와 유사한 Mo 함량의 재료 선택
             (현재 Alloy 625보다 낮은 Mo 함량 고려)

2. 용접후열처리: 반드시 수행
                 1050~1150°C 범위에서 시그마상 제거

3. 소둔 온도: 고온 소둔으로 모재 내식성 기본 확보

실무에서의 의미

이 연구는 선박 스크러버, 해양 플랜트 설비, 발전소 배관처럼 SASS가 사용되는 현장에서 직접적인 시사점을 줍니다.

아무리 뛰어난 내식성 강재라도 용접 공정에서 미세조직이 변화하면 예상치 못한 부식이 생길 수 있습니다. 용접재료 선택과 용접후열처리 조건 최적화가 강재 자체의 내식성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이 이 연구의 핵심 메시지입니다.


앞선 논문 시리즈와의 연결

지금까지 네 편의 논문을 리뷰했습니다. 공통점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.

1편 — CO₂ 부식: 표면 보호막 형성이 핵심
2편 — 해수 부식-마모: Cr 산화물이 보호막+윤활제
3편 — 수소취성: 탄화물 종류가 내식성·수소확산 결정
4편 — SASS 용접 부식: 미세 석출물이 공식 개시점

공통 메시지:
✓ 미세조직 제어가 내식성의 핵심
✓ 석출물의 종류·크기·분포가 부식 거동을 결정
✓ 전기화학적 분석으로 메커니즘을 정량 규명

재료공학과 학생들에게

이 논문에서 활용된 전공 지식들입니다.

재료열역학 — 시그마상 석출 열역학, PREN 개념
재료전기화학 — 동전위 분극, 부동태 거동, CPT 측정
용접공학 — GTAW, 미혼합영역 형성 메커니즘
분석 기법 — FE-SEM, EDS, EDS line scanning

특히 이 연구는 재료 자체의 특성뿐 아니라 가공 공정(용접)이 내식성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다는 점에서 매우 실용적입니다. 재료를 잘 만드는 것만큼 어떻게 가공하느냐도 중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.


마치며

슈퍼 오스테나이트계 스테인리스강은 뛰어난 내식성을 가지고 있지만 용접 공정이 수반되면 미혼합영역의 미세 시그마상 석출이 내식성의 약점이 됩니다. 이를 해결하기 위한 용접재료 선택과 용접후열처리 최적화가 산업 현장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임을 이 연구를 통해 확인했습니다.


💬 스테인리스강 부식이나 용접 부식에 대해 궁금한 점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세요!